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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더욱 튼실해 지는 지름길은
중등부 우수상 홍초롱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실종
아빠께서는 매일 오후 회사에서 퇴근하실 때마다 아침에 회사에 배달되어 읽으셨던 신문을 세 부씩 나에게 갖다 주시는데 그처럼 신문을
가져다 주시는 이유는 내가 이담에 대학에 진학할 때 치를 논술고사에서 신문을 적극 활용하면 아주 좋은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식
또한 많이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시다. 지난 주 화요일 날 역시도 아빠께서 갖다 주신 신문을 읽고 있는데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신
아빠께서는 “오늘 아침엔 어찌나 바빴던지 신문도 못 봤다”라고 하시며 신문을 펼치고 보시더니 잠시 후에 “하여튼 우리 사회는 지도층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의식이 결여되어서 큰 일”이라 하시며 쯧쯧 혀를 차셨다. 내가 듣기엔 생소하고 어려운 말씀을 하시길래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아빠께 여쭤
보았다. “아빠, 지금 말씀하신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것이 무슨 뜻이죠?”라고 하자 아빠는 쉽게 말해서 많이 배웠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된
삶을 살면서 또한 사회적으로도 명망이 높은 사람들, 이를테면 사회 지도층들을 일컫는 거란다. 거기에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포함되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하는데 그걸 보고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 하는 거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사고가
정착이 안 되어서 그게 큰 문제지....”라고 하시며 담배에 불을 붙이셨다.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아빠께서 담배를
피우시려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잠시 나가신 사이 난 아빠가 보시던 신문을 펼쳤는데 거기에는 <고소득 전문직 28% 국민연금 체납>
이라는 타이틀로 상세하게 기사가 게재되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 등 12개 전문직종 국민연금
가입자들 가운데 무려 28%나 되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체납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신문기사는 이어서 “이들이 국민연금공단에 스스로 밝힌 소득도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서울 강남의 모 변호사는 자신의 월 소득을 불과 34만원이라고 신고했으며 어떤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월 소득을 말도 안 되는 22만원이라고 신고한 반면 반대로 매달 건강보험으로부터 받아가는 청구액은 월 9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모럴 헤저드’는 해도 너무하다”고 꼬집고 있었다. 담배를 다 피우시고 방으로 들어오시는 아빠께 나는 다시 여쭤
보았다. “아빠, 하나 더 여쭤 볼게요.” “그게 뭔데?” “‘모럴 헤저드’ 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평소 내가 신문을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걸 아주 좋아하시는 아빠께서는 이번에도 거침없이 열변을 토하셨다. “우리 딸이 아주 좋은 질문을 했구나.
‘모럴 헤저드’라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뜻이란다. 즉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면서도 거짓말이나 잘하고 사회에 공헌할 줄은 모르는, 이를테면 자신
밖에는 모르는 스크루지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 아빠의 말씀에 그제서야 의문이 좀 풀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께서는 “우리 딸이 이제
시사에도 관심이 많은 걸 보니 아빠가 보기에도 참 좋구나”라고 하시며 “그처럼 신문을 자주 봐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어제는 우리 집에도 ‘국민연금보험료 납입고지서’가 우편으로 배달돼 왔다. 봉투를 뜯어 고지서를 살펴보신 아빠께서는 “매달 10일마다
은행에 가서 연금보험료를 내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깜박 잊는 경우도 많아서 본의 아니게 연체료를 무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앞으로는 자동이체를 신청해야 할까 봐.”라고 엄마께 말씀하셨는데 엄마 역시도 아빠의 그 말씀에 동감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가족들
모두가 함께 모여 저녁을 먹을 때 TV에서는 마침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고 기자는 “어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우리 나라에서 이혼한
부부가 무려 12만쌍이나 된다” 는 어두운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 뉴스를 보시면서 엄마와 아빠는 이구동성으로 “쯧쯧, 부부가 헤어지면
애들만 불쌍하지....”라며 혀를 차셨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내 방으로 들어 온 나는 신문을 펼쳐 들고 좀 전에 TV에서 말했던 내용의
기사를 찾아서 다시 보았는데 신문에는 그처럼 한 해에만 무려 12만 쌍이나 되는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함께 실려 있었는데
이혼하는 부부들의 이유로는 단연 경제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에 찾아온 IMF 는 우리 사회에 어두운 상처를
많이 남겼는데 그러한 상처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 사회를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로 몰아갔는가 하면 부유층 20%와 빈곤층 80%라는 이른바
‘20대 80의 사회’라는 2분법적 사회를 날로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국민적 조소와 경멸, 그리고 우리 사회 민심 이반의 근원으로서 그 위력(?)을 여전히 떨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병역비리의 주범인 박 노항 원사가 검거되면서 다시금 불거지기 시작한 이른바 ‘신의 아들은 군에 안 간다’는 국민적 허탈감에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을 겨냥한 국민적 페이소스가 짙게 깔려져 있는 아픔에 다름 아니다. 배울 만큼 배웠고 가질 만큼 가진 이른바 이들 지도층들이 모든
국민들의 절대적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피하려 함은 한 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스의 실종이 아닌가 싶다. 그처럼 병역을 피하려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과거 중국의 모택동은 한국전쟁 때 자신의 아들인 모안영을 북한 지원병으로 참전시켰으며 영국은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 시에 자국의 왕자를
해군장교로 역시 전쟁의 최전선에 보냈다고 하니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스 의식은 실로 부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스의
실종’은 비단 병역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간 소득이 1억이 넘음에도 의료보험료를 단 한 푼도 안내는 강심장의 소유자들과 죽은 지 오래 된
사람을 진료했다면서 보험료를 부당 청구하는 의사가 있는 나라가 또 우리 나라이다. 이러하니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밑 빠진 독’이 되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국민연금의 기본적 취지는 우리 국민들 모두가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였다가 퇴직을 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소득 능력을 상실 했을 때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여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이미 세계 160여 개 나라가 시행하는 보편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국민연금제도의 시행에 대해 아직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위에서 열거한 일부
부도덕한 사회지도층들에게 분노한 일부 국민들의 반발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를 맞아 장차 실버산업이 유망사업이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안정되고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생각과 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연장되었고 과거에는
자식들이 부모를 봉양했으나 지금 세상은 그런 아름답던 모습조차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공통된 생각이기에 국민연금의 필요성은 더욱
자명해 진다고 하겠다. 요즘 들어 신문을 보노라면 더럭 겁이 나는 사건과 사고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편히 살고자 함은 인지상정이며 특히 노후생활에 있어서는 심신이 허약하다보니
별다른 수가 없지만 앞으로는 국민연금과 같은 믿음직한 친구가 체계화된 노후준비를 해 주며 고정적인 수입 또한 보장을 해주는 시대이니 이 어찌
믿음직스럽지 아니 하겠는가. 우리 나라는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지닌 나라인 만큼 언제 닥칠지 모르는 교통사고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의 필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 읽은 신문을 덮고 거실로 나가니 엄마께서 참외를 깎아 내오셨다. 참외를
먹는데 아빠께서 “이담에 아빠랑 엄마랑 늙어 꼬부랑 노인네가 되면 우리 딸은 우리에게 매달 용돈을 얼마씩이나 줄 거야?”라고 짓궂게 물으셨다.
“글쎄요....”라고 내가 뜸을 들이자 아빠는 “아니, 아빠랑 엄마는 우리 딸에게 계산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 주고 있거늘 이놈은
벌써부터 계산을 하고 있네 그려....”라며 껄껄 웃으셨다. 그러자 엄마는 “당신은 참으로 순진하시구랴, 우리 딸이 시집을 가는 시기는 앞으로
10년 이상이 지난 세월일 텐데 그 때도 지금처럼 자기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꼬박꼬박 주는 효자가 있을 줄 아슈? 아서요, 꿈 깨슈”라고 하셨고
엄마의 그 말씀에 아빠 역시 “허긴 당신 말이 맞구려, 이제 우리의 노후준비도 우리 부부 스스로가 미리미리 해야 할 과제일게요.”라고 맞장구를
치시는데 나는 울컥 속이 상할 수밖에 없어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 절 어찌 보고 그런 험한 말씀을 하세요. 전 이담에 시집을 가더라도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시집을 가서 일주일에 한 번은 우리집에 와서 엄마 아빠한테 밥도 지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 드릴 거라구요~!” 나의
항변에 엄마와 아빠는 “어이구~ 맞다, 믿을 건 우리 딸 밖에 없구나.”라시며 환하게 웃으셔서 나 또한 덩달아 웃었다. 우리말에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지도층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회가 정착된다면 모든 국민들의 사회 안전망인 우리의 국민연금은
더욱 튼실해지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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