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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초등학교 4학년 이 민 희
“어휴~ 이번 달은 어머니께 용돈을 또 어떻게
드리지?”
지난 5월에 엄마는 이렇게 말하셨다. 5월부터 나는 영어학원 한 군데를 더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다 5월은 각종 행사가 많아서
부담이 되신다고 하셨다. 그때 샤워를 하고 나오시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국민연금이라도 받으니 다행이지. 다른 집은
이번 달 행사 때문에 빚이 더 늘어났다던데?”
“어휴~”
아빠의 변명 같은 말씀에도 엄마는 어깨를 두드리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는 매번 할머니 댁에 다녀오시면 한숨을 내쉰다.
나는 무엇 때문인지 다 안다. 할머니께선 연세가 별로 많지 않으시지만
국민연금을 지급받고 계신다. 할아버지께서 연금을 넣다가 돌아가셔서 유족연금을 받으시는 것이다. 많은 금액이 아니어도 할머니께서는 그 돈을 각종
세금 내는데 다 쓰신다.
“네 아버님이 계실 때는 그럭저럭 됐는데…”
할머니께서도 돈이 모자란다고 미안해하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더 넣어둘 것을 그러지 못했다고 후회하신다.
할머니는 이제 텃밭만 가꾸실 뿐 농사도 못 지으신다. 그 때문에 아빠가 번 돈을 보태
용돈을 드려야 한다. 엄마는 그 돈이 만만치 않다고 하신다. 그래서 매번 엄마는 한숨을 쉬시는 것이다.
“여보, 어머님은 국민연금을
받으시는데도 왜 그만한 용돈을 또 드려요?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길래.”
엄마는 우리의 눈치를 살피시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셨다.
“그거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그 큰집 살림에 드는 돈 다 내야 하는데?”
아빠는 할머니께서 춥다고 하시면
보일러를 틀고, 덥다고 하시면 에어컨을 세게 틀어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건 사실이다. 우리는 여름에 할머니 댁에 가면 시원하게 잘 놀 수
있고, 겨울에는 감기가 들지 않고 따끈따끈한 방에 누워서 놀다가 온다. 다른 친구들은 시골에만 가면 감기가 걸리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유족연금이 거의 세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또 우리집은 친척들과 조상들이 많아 철마다 제사가 한두 번씩은 있다. 그 음식을
장만하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 그 뿐이 아니다. 할머니 댁은 넓어서 혼자 관리하기 힘들다. 몇 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할머니는 더
힘들어지셨다. 아빠와 고모들에게 돈을 타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는 다른 할머니들보다 국민연금을 조금 적게 받는다. 유족연금은
할아버지께서 받던 돈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빠의 말씀은 사실이다. 만일 할머니께서 유족연금이라도 받지 않으셨다면 맏아들인
아빠의 부양 책임이 더 커졌을 것이고, 엄마가 드리는 용돈도 더 많아져 우리집의 한숨소리는 더 커졌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자식 눈치
안 보게 열심히 살자구요.”
“그래. 국민연금을 열심히 넣어야지.”
부모님의 주거니 받거니 하시는 말씀 속에서 깨달았다. 국민연금은
수입이 있는 18세 이상의 어른이면 누구나 내야 한다. 그랬다가 나이가 들어 일을 못하면 누구에게나 준다.
아빠는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월급에서 넣으신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으레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단다. 그렇지만 그것이 노후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할머니가 새삼 고맙다. 또 지금의 엄마 한숨처럼 우리가 나중에 힘들어할까 걱정되어 노후를 준비하고 계신 부모님도 고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