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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서곡초등학교 6학년 손지현
이번 여름은 일찍 찾아와서인지 5월 말인데도 산뜻한 봄의
기운은 사그라들고 땀이 날 정도로 더운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였다. 시끄럽게 조잘대며 돌아오는 길, 커다란
리어카를 끌고 폐지와 폐병을 힘겹게 모으시며 다니시는 등이 굽은 할아버지 한 분을 보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한 움큼의 폐신문지를 들어
올리시려다가 힘이 드신지 들었다 내렸다 몇 번을 거듭한 끝에 리어카에 신문지를 담으시고는 흐르는 땀을 닦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친구들과 헤어져서 아파트로 오르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 할아버지 얼굴 위로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제일 기쁘시다는 듯이 환히
웃으시며 내 투정을 모두 받아주시는 우리 할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언제나 안 받겠다는 용돈도 듬뿍 주시던 할아버지. 그저
할아버지의 수입이라면 고모와 삼촌, 우리 엄마, 아빠가 드리는 용돈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언니와 나에게 주시는 많은 용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참 궁금했었다. 하지만 자상하신 면이 많으신 우리 할아버지는 의외로 자존심도 강하셔서 차마 못 여쭙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우리 할아버지도
아까 그 할아버지처럼 그런 일을? 하는 생각까지 미치니 참을 수 없어서 엄마께 여쭈어 보았다.
“엄마, 우리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주시는 용돈, 맛있는 것 사주시는 돈, 책 사주시는 돈... 모두 어디에서 나오는 거예요? 설마 할아버지가 혼자서 힘든 일을 하셔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은 아니에요?”하며 걱정스레 여쭈었다.
그러자 엄마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입을 여셨다.
“왜, 걱정되니? 그건
할아버지 비밀인데? 할아버지께 직접 여쭈는 것이 어때?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비밀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나는 엄마와 함께 그길로 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갔다. 할아버지께서는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시며 맞아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웃으실 때 할아버지 주름이 한층 깊어지신 것 같은 착각에
걱정이 되었다. 평소와 달리 심각한 내 얼굴을 보고 할아버지는 의아한 얼굴로 물으셨다.
“왜 그러니, 우리 손녀딸?”
나는 나의
의문점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엄마와 눈을 맞추시며 장난스레 웃으셨다.
“그건 할아버지 비밀인데? 허허, 그래도 우리 손녀딸이
알고 싶어하는데 알려줘야지 어쩌겠나. 옛날에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일을 할 때 말이다. 국민연금이라는 것에 돈을 내었단다. 국민연금은 쉽게 말해
우리 지현이가 50년쯤 후에 소득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젊어서 일하며 보험료를 낸 것 가지고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거란다. 그래 그게
바로 국민연금이지. 국가에서 실행하는 사회보장제도야. 할아버지도 그 국민연금을 받아 우리 손녀딸들에게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렇게
생활하는 거지.”
국민연금! 그것이 바로 우리 할아버지의 비밀이었던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존심 강하신 우리 할아버지의 고마운
비밀로써 할아버지 뒤편에서 든든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 댁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엄마께 여쭈었다.
“엄마,
아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할아버지를 보았는데 힘들게 일을 하고 계셨어요. 그 분이 젊었을 땐 국민연금이 없었나?”
“그랬나보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됐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네.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내가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는 길거리에서 힘겹게 폐휴지를 모으는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할아버지처럼 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는 분들은 많을 것이다. 큰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사시는 우리처럼 핵가족이 늘어나는 추세고 노인분들의 생활이
보장받을 곳은 딱히 없었다. 이 국민연금이라는 것은 참 고마운 이름 같다. 물론 우리 엄마 아빠도 보장을 받으실 테고, 나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일 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큰 희망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의무가입 해야 한다는 것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국민연금을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사고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르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언제나 미소로 맞아주시고 용돈도 많이 주시는 우리 멋진 할아버지 뒤에는 항상 국민연금이라는 비밀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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