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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무척이나 빨리 변해왔다. 1950년대 전쟁 직후의 피폐한
농촌사회에서 지금의 국제화, 정보화 사회로 성장해 오는 동안 과학기술이며 생활양식 등 어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옛날의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움을 누리는데
익숙해진 지도 그럭저럭 오래 되었다. 그러나 노후대책에 대한 국민의식 및 제도운영은 아직도
구식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입소스 라이드」가 올해 초 한국을 포함한 세계 20개국의 18세 이상
1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우리의 낙후된 현실의 한 단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노후에 경제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 것인지 걱정하고 있는가' 란 질문에 우리 국민의 68%가
'그렇다'고 다했다. 한국은 조사대상 20개 국가 중에서 9번째로 노후생활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사회보장 정도가 낮을 것이라고 여기는 멕시코(64%), 중국(59%) 등에 비해서도 더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은 곳은 콜롬비아(89%), 브라질(85%), 아르헨티나(82%) 등 주로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반면, 영국(50%), 호주(54%), 프랑스(55%), 미국(55%) 등 선진국은
노후생활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외형적인 경제성장에 비해, 우리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안정의 수준은 한참
미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생활에 항상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노후에 대해 느끼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경제지표를 비교해 보아도 이런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은 2000년 기준 세계 13위를 기록하여 경제규모만
따지면
선진국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실제 개인의 경제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총소득은 같은 해 기준으로
불과 세계 54위에 지나지 않았다.
즉 아직까지 국민 다수가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해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진 지금의 세계는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을 기존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무한경쟁'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아래에서는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가 있기 마련이다.
적자생존을 할 수 있는
강자가 있으면 그렇지 못한 약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의 노화와 그에 따른 경쟁력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약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런 사회적 약자인 노령인구를 구제할 수 있는 안전망
없이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곳일 뿐이다.
사회의 노령화 역시 노후보장제도를 더욱 확충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이다. 경제활동을 통해
부양능력을 가지는 청·장년층 인구성장이 둔화되고 부양을 받아야 할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노후보장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늘어나는 노후의 복지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얼마나 사회보장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 재정이
풍족한 나라는 복지정책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문제가 된다.
우리가
처한 상황도 이와 같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54위의 국가에서 개인에게 돌아가는
복지혜택은 쉽게 생각할 때 세계 54위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성장위주의 정책에 가려 경제적 불평등이 누적되어 온 탓에 국민소득에 비하여서도 사회보장의
수준이 따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IMF이후 매우 불안정해진 우리 국민들의 생계 및
노후대책은 국력 탓만 하고 좌시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이다.
국민연금의 정착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 국민 개개인의 경제생활
수준으로는 결코
노후의 인간다운 삶을 장담 할 수 없다. 또한 국가가 국민 모두의 노후복지를
책임지기에는 재정적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안이란 하나뿐이다. 국민
전체의 힘을 합쳐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국민연금을 하루 속히 뿌리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민연금은 3년 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개인연금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이렇게 전 국민이 수혜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연금보험료
납부의 의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적 약자 또는 경제적
약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모든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하루하루의 벅찬 생활
때문에 노후를
설계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나 방심으로 인해 별다른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이다. 어떤
문제라도 발생한 후에 해결하는
것보다 예방이 최선인 것처럼 국민연금은 자칫하면 대량으로 발생할 고령화 사회의 문제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가 국민연금이 정착되는 단계에 접어든다면 앞서 예로든 설문조사에서 선진국 국민들의
응답에서
나타나듯 노후생활에 대해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아직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의식은 그다지 높지가 않다.
예의 설문조사에서 노후 경제생활을 어디에 의지할 계획인가라는 복수응답 질문에 조사대상
국가들은
'국민연금'(44%), '개인저축(43%)', 퇴직금 및 기업연금'(26%)등의 순으로 답했고, '자녀에
의존'(11%), '본인 소유
부동산'(8%) 등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개인저축'(60%),
'국민연금'(51%)에 비해 의존비율이 높았으며, 그
다음은 '자녀에 의존'(16%), '퇴직금 및
기업연금'(14%), '본인 소유 부동산'(10%)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노후생활을
자녀에
의존하겠다.'는 비율이 미국(7%)이나 일본(8%)에 비해서 높았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기보다는 개인저축이나
소유 부동산, 자녀와 같은 사유재산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러한 의식이 만연한다면
그것은 엄연히 세계의 흐름에 뒤쳐진 것이며 앞으로의 노령화 사회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연금을
노후대책으로 삼는다는 응답이 개인저축 다음으로 많이 나왔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도입기에 있는 국민연금의 정착을 희망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완전히
정착시켜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려면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발전 시켜나는
노력이 필요할 할 것이다.
물론 국민들의 제도에 높은 이해와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노후보장 및 생계안정보장 외에도 여러 부가적인 사회기능을 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 기금은 공공복지를 위한 사업에 투자되어 투자수익을 내는 한편 공익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둘째,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켜 밝은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셋째, 노인들의 경제안정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노인지위를 향상시켜
경로효친 사상의 의의를
되찾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은 수령하는 연금의 격차가 납입한 보험료의
격차보다 적어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모두는 국민연금의 성공적인 정착이 곧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 또한 주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데 앞장서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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