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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고등학교 2학년 장 호 연
국민연금 제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가지
계기를 통해서였다. 우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나로서는 국민연금의 효용성 논란이 유력한 논술 출제 문제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또한
금년 봄에 우리 학교에서 모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앰인 ‘도전! 골든 벨’ 행사가 있었는데 시사 분야의 예상문제로 국민연금 제도를 선정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뉴스 등 관련 내용을 자주 검색해 보았는데, 대체로 문제점 일색인 것처럼 비춰졌다. 국민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느니,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 자금(종자돈)이 바닥날 거라느니, 직장인 가입자들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거라느니
등등 얼마 전 저녁 뉴스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 운영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협의회 같은 것을 만들어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의를 들었다. 마침 친할머니의 칠순 잔치에 삼촌들과 고모 등 전 가족이 모여 있기에 방금 뉴스에서 나온 국민연금에 대하여 슬쩍 여쭤
보았다. 이에 대부분 친척 어른들은 “그 취지는 고상하지만…”이라는 서두를 붙이면서도 “봉급생활자들이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는
식이다.”, “보험료를 사실상 강제 납부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세금이다.”, “체납자에게는 자동차와 예금, 부동산 등 재산을 압류한다더라.” 등
다소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마 상당수 국민들도 국민연금에 대해 이런 식으로 피상적으로 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마치 국민연금을 적은 돈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로또 복권으로 보지는 않을지. 모든 정책은 당초 선량한 의지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있듯이 국민연금제도도 소속(공무원, 군인, 교원 등)이 없는 서민들의 노후 대책을 위한 ‘측은지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사회보장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실시되어 19세기 말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
160여 개 나라에서 우리의 국민연금제도와 비슷한 연금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직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되어
1995년 농?어촌 지역 주민, 1999년 도시 지역 가입자를 끝으로 일단 제도화되었다. 이 제도의 특징은 가입자인 국민들이 노령, 질환
또는 사망 등으로 소득 능력을 상실할 경우 본인이나 그 유족에게 일정액을 부여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장기적인
소득보장제도라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사회의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다하면서 선진 복지국가의 미래를 다지는 제도적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의료보험제도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양대 축을 이루어 유사시에 국민들에게 가장 든든한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는 제도이다. 물론 국민연금 외에도 각종 보험이라든가, 공무원연금 등의
제도들이 있으나 가입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자격이나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서민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후를 맞게 되어 결국 경제적 약자로서 불우한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가 국민연금 제도이다. 그런데, 왜 국민연금 제도가 있어야 하는가? 그 필요성은 국민 개개인의
노후 준비와 위험의 사회적 분산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안정된 노후를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에 힘입어 평균수명이 늘어나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2000년 7.2% → 2010년
10.7% → 2020년 15.1% → 2030년 23.1%로 급증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가정(4명 기준)마다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끔찍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비해 출산율의 감소와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노인세대를 부양할 주체가 분명치 않는데, 국민연금 제도는
노인부양주체를 과거의 가족 중심에서 국가나 사회 구성원의 공동책임으로 전환하는 완충장치역할로써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위험에
대한 생활보장대책을 위한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본인과 가족의
생활안정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개인, 또는 가족 스스로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사회
구성원간의 공동체적 연대와 세대간의 부양 시스템에 기초를 둔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의
특징이랄까 장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므로 위험이 폭넓게 분산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혼자
대처하기 어려운 생활상 위험을 서로 상조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노후의 소득을 평생 보장한다는 점이다. 젊어서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조금씩 납부했다가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소득활동을 하지 않을 때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지급하여 노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준다.
셋째,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간에 소득 격차를 줄여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수령하는 연금의 격차는 납입한 보험료의 격차보다 훨씬
적게 책정되어 있어 국민간 소득 재분배 기능을 다해 고소득자들이 저소득 이웃을 돕는 사회 통합 기능도 갖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은 40년 가입 시,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의 60% 수준으로 선진국과 비슷한 반면, 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 정도이다.
선진국의 연금 가입자와 비교해 보면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연금 보험료율 : 미국 12.4%, 일본 17.35%,
스웨덴 18.5%, 독일 19.1%) 또한 국민연금은 연금 지급액의 실질 가치를 항상 보장하고 있다. 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입 기간 중의 소득을 연금을 받는 전년도의 현재 가치로 재평가하여 실제 소득 수준에 맞는 연금이 지급되도록 배려되어 있다. 더욱이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기 때문에 물가 인상분에 대한 실질 가치가 항상 보장된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취지가 훌륭한 제도라고 하더라도 반대 여론이 존재하는 법이다. 특히 요즘 들어 매스컴에 연금 재정에 대한
불신과 미래 세대의 부담 가중, 그리고 가입자 집단 간의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져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일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연금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간 선진국들에서도 만연되어 있다. 국민연금 제도 실시의
선두 주자격인 유럽 국가들에서는 지금도 선거 때마다 연금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내각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연금 제도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험 단계에 있는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싸고 섣부른 예단을 갖고 비난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고
생각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가입자들이 ‘현재 불입을 계속해도 자신의 노후에 과연 그 과실을 취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노후 대책으로 증권이나 저축, 심지어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실제로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지. 오히려
국민연금이야말로 공적 부분인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라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안전망이 아닐까? 그러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민연금 제도가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금을 관리하는 부문의 책임도 있지만 일반 국민들도 분담해야 하는 책임 영역이
있다고 생각된다. 관리 주체 측면에서는 보험료의 공평한 징수, 형평성의 원리가 제대로 적용되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실제로
아직까지 모든 가입자들의 소득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잣대가 없기 때문에 소득 신고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물론, 소득 투명성
확보는 세금 징수에서도 동일한 숙제이다). 따라서 소득원이 노출된 직장인이나 성실 납부자들을 고려하는 측면이 필요하다. 소득 신고와 검증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며 소득 파악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입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국민들도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도깨비 방망이’인양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도입 당시에 ‘조금 내게 하고 많이
주자’는 식의 정치 논리에 휘둘려 ‘저부담 - 고급여’의 급여 체제를 갖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연금 지급이 시작되는 2008년 후 25년이 지난
2031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재정 불안정은 부담 - 급여간의 불균형과 급속한 인구노령화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재정 불안정으로 연금 지급이 지장 받지 않도록, 그리고 종자돈이 계속 유지되도록 부담과 급여의 격차를 일정 선까지 하향
조절되어도 수용할 줄 아는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세기 말 뒤늦게 시작한 연금 정책이지만 어느 선진국보다 심각한 저출산 노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 최첨단의 대담한 개혁을 통해 선진국이 실패한 그간의 과정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발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정부가 ‘한국형 뉴딜 사업’에 들어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하려고 시도하여 국민적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그만큼 국민연금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있다. 며칠 전에 기말 고사를 마치고 국민연금을 주제로 한 논술을 쓰고 있었다.
신문을 보시던 아버지가 나에게 기사를 하나 오려 주셨다. 국민들의 노후 대비를 위해 징수해 온 국민연금 기금을 빌려 쓰고는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재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연금관리에 최선을 다하려는 공단의
직업의식을 칭찬하셨다. 그렇다! 국민의 소중한 돈을 소중히 아는 선량한 관리자.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청지기……. 국민연금 파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