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함께 나누고 함께 누려요

제목: (제1회 우수상 어둠속에서 찾은 등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2
조회수: 2268

내용: 1회 우수상
어둠속에서 찾은 등불

김 영 옥 / 경기 수원시 우만동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고 했는 데 저의 경우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 니 온 세상이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깊고도 암울한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날은 정확히 1989년 4월 15일이었습니다. 수원에있는 (주)금강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은 야간근무를 하느라고 그 전날 저녁에 출근하여 당일 오전 11시 경에 퇴근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전날 밤에 당시 6살이던 큰 아들 지영이가 독감에 걸려 심한 열이 났습니다. 그래 서 해열제를 먹여 재웠는데 아침까지 열이 내리지 않아서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다녀올 요량으로 서둘러 병원에 갔다왔습니다. 12시 가까이되어 집에 왔더니 주인 할머니 말씀이 남편이 한시간 전 에 퇴근해 왔다가 방문이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친구네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고 하였습니다.

점심 준비를 해 놓고 한참동안이나 기다렸으나 남편이 오지를 않아서 당시 두살된 막내 민진이를 업고 집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나오셔서 모르는 사 람이 집으로 전화를 해서 어떤 사람이 길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시켰으니 와보라고 연락이 왔다 고 하였습니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할머니께서 경황 중에 어느 병원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려서 다시 전화오기를 숨막 히게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있기를 몇 시간. 오후 5시경에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외삼촌께서 집에 오시더니 마음 차분히 진 정시키고 같이 병원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평소 건강에는 누구보다 자신있어 하던 분인지라 심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하면서 외삼촌께 서 자세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아 오히려 더욱 불안하였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남편이 뇌를 다쳐서 수술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외삼촌 말씀이 남편이 에덴목 욕탕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지면서 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졌는데 마침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남편을 시흥병원으로 옮기고 수첩에서 회사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하여 알게 되 었다고 하였습니다.

간호사가 응급 수술중이라 면회를 할 수 없다고 하여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밤 9시가 넘어서 야 수술실에서 남편이 실려 나왔습니다. 머리를 온통 흰 붕대로 감고 있고 의식을 잃고 있는 상태 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중환자실로 들어 갔는데 외삼촌 말씀이 뇌의 한쪽을 수술을 하였다고 하면서 내일 아침이 되어야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허락한 30분의 면회시간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의식불명의 상태로 누워있는 남편에게 코에다 호스를 끼워놓고 미음을 넣어주고 있었으며 목을 뚫어서 기계로 가래를 빼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너무나 끔직하여 속이 울 렁거려서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잠시후 정신을 차리고 팔 다리를 주물러주고 흔들어 보아도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틀이 지나면서 몸을 부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여 사람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후 기계로 가래를 빼내는 일과 미음을 끓여서 호스로 넣어주는 일이 저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겁도 나고 떨려서 잘 못했지만 며칠 하다보니 그 일도 익숙해져 갔고 눈물도 메말라져 서 저는 더 이상 눈물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같은 병실에서 세 사람의 환자들이 더 있어서 그 보호자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서로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병실에서 1년동안이나 입원해 있던 교통사고 환자가 있었는데 병간호를 하던 부인이 저 와 동갑나기라서 가까운 친구사이처럼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제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중에 한 사람인 홍귀옥씨 입니다.

증세가 더 악화되지도 않고 호전되지도 않은 그런 상태에서 한달 가까운 지나자 저 자신 몸도 지 치고 신경이 날카로와지면서 그 생활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시간에 두 번 정도씩 가래를 빼주고 수시로 미음을 넣어주고 해야했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이 큰 고통이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있노라면 가래 소리에 번쩍 눈을 떠야 했으며,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화장실에 갈때에도 조바심 해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정 피곤하면 친절한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한숨 자곤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서른을 좀 넘긴 나이로서 젊은 사람이 신세한탄을 할 수는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한숨 이 절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1984년 결혼해서 2년 가까이 충북 진천의 시댁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 었습니다. 그러다가 큰아들을 낳고는 아무래도 농사를 지어서는 자식 교육시키기도 힘들 것 같아 서 고민하고 있던 중 외삼촌의 소개로 남편이 수원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여 도시로 나오게 되었 습니다. 월셋방을 전전하면서 여러모로 고생을 한 끝에 겨우 전셋방도 하나 얻고 둘째아들도 낳아 이제 막 형편이 나아지려고 하는 무렵이었습니다.

남편은 워낙 심성이 착하고 성실하여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이웃사람들 한테서도 늘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남편이 입원했을 때에도 이웃어른들께서 형편이 딱한 우리를 걱정하여 50 만원이나 모금하여 전해주셨으니까요.

우리도 이제 남들처럼 살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가슴 부풀어 하던 차에 이런 변을 당하고 보니 너 무나 슬프고 운명이 야속하기만 하였습니다.

입원하고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직장의료보험으로는 더 이상 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영세민 의료보험혜택을 받기 위해서 회사에는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 무렵 남편은 잠깐씩 눈을 뜨고 가까운 사람들을 알아보는 듯 하였으며 종이에 펜으로 간단한 글씨도 쓰고 해서 호전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뇌에 물이 차서 수술을 한번 더 하 고 난 뒤에는 운명하실 때까지 2년 동안이나 완전히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어야만 하였습니다.

워낙 가진 돈도 없고 주변 친척들도 어렵게 살아가는 형편이라 경제적 곤궁함이 하루하루 지날수 록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남편이 입원하고 난 뒤 제가 전적으로 병간호에 매달려야만 하게 되었을 때 아이들 둘은 칠순이 다된 시골 시부모님들께 맡겨야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큰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 아 이를 데리고 올라 오지 않을 수가 없어서 우선 병실에 있는 보호자용 의자에 아이가 잘 자리를 마련하고는 데려왔습니다.

동네 분들이 전해준 50만원과 남편의 퇴직금 100만원 그리고 전셋방을 뺀 350만원이 저희들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가까이 지난 후로는 이 돈도 병원비와 남편의 미음을 끓이는 데 드 는 돈으로 거의 바닥이 나고보니 아들의 교육비와 당장 먹을 거리가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친척 들이 조금씩 모아서 매월 10만원 정도를 전해 주었는데 다들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라 받기가 민 망하였지만 어찌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병실에서의 생활이 고달파 철없는 불 평이 끊이질 않았지요.

계속되는 병원 생활속에서 한 사람이 퇴원하면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해서 처음에 같이 있던 사람들 중 우리만 남고 모두 다른 분들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중 친구처럼 지냈던 홍귀옥씨가 남편이 결국 사망하여 떠날 때에는 더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정상인 환자들도 있었는데,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라 대소변도 받 아내고 가래도 빼 주어야하는 상태인 것을 보고는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눈 치를 주는 사람도 있어 더욱 괴로웠습니다. 그러던 중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옆방에 2인용 병실이 있는데 비슷한 환자가 있으니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여 쾌히 승락받고 방을 옮겼습니다.

남편이 입원한지 꼭 2년이 되던 1991년 4월 말경에 홍귀옥씨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위로전화이 겠거니 하고 받아보았더니 홍귀옥씨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안내를 해주어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담당자와 상담하던 중 장애연금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제 남편 이야기를 하였더니 저보고 한번 내방하여 상담해 달라고 하였다면서 수원에 있 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경기지부의 위치와 담당자 성함을 알려 주었습니다.

국민연금이라는 말은 봉급봉투에서 보았고 매달 봉급에서 공제하였다가 퇴직하면 지급해주는 정 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홍귀옥씨 말을 들어 보니까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 고 다음날 수원에 있는 국민연금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홍귀옥씨가 알려준 담당자분을 찾았더니 홍귀옥씨 한테서 전화로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기다리 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남편의 주민등록번호를 전산조회를 한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간단한 설 명과 함께 내가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서 친절하고 자상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말이었지만 만약 장애연금을 받게 되면 그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대략 월 지 급액이 15만원 정도 될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돈이 제게 주어진다면 무일푼인 저로서는 정말 큰 힘을 얻게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애연금 청구서류 목록을 받아 나오면서 정말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등불이 반짝이는 듯 하였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절 망의 벼랑 끝에서 새로운 희망이 솟는 듯 했습니다. 이틀 후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추어 제출하였더니 담당자분께서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최대한 빨 리 처리하여 연락주시겠다고 하더군요.

얼마후 장애등급 1급 결정이 났다는 통지서가 왔고, 국민연금 담당자 분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사고 경위와 가해자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찾아 오겠다고 전화가 왔습니 다.

5월 16일 국민연금에서 두 분이 찾아 오셨는데 병실의자에서 숙식을 하고 있는 저희들 모습이 어 지간히 딱하게 보였던지 그 분들도 목이 메이는 듯 하였습니다. 이미 사고당시 목격자를 만나서 자세히 알아보고 왔다고 하면서 사고가 난 것을 알게된 경위와 산재보험이나 기타 보상금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는 지 여부를 한 번 더 질문하고는 확인을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완치시점이 일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난 1년간 소급분을 한꺼번에 지급 받게 된다고 하였 습니다. 그리고 만일 남편이 사망하게 되면 유족연금을 계속해서 지급받게 되니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신고하도록 알려주었습니다.

1991년 6월 19일 소급분까지 합해서 2백 2십만원이 통장에 입금되었습니다. 경제적 곤궁함에 너무 도 고통스러워 거의 생을 포기할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받고보니 그 고마움은 이루 말 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수중에 돈 한푼없이 아침을 먹고 난후 저녁 걱정을 해 본 사람은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돈을 쓰는 것이 왠지 죄스럽게 생 각되어 며칠은 그냥 가지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쪼들리다 보니 식량값과 아들 학비로 조금 씩 빼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수원에 있는 12평짜리 영세민 영구임대 아파트가 당첨되 었으니 ‘91년 연말까지 계약금 25만 2천원을 납부하고 내년 초에 입주할 때에는 입주금으로 110 만원을 납부하여야 하니까 미리 준비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연금 받은 돈으로 1991년 12월 27일 계약금을 납부하고 왔습니다.

그날 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운명하실 시간이 되었으니 가족들에게 빨리 연락을 하라고 하였습니 다. 시부모님과 시아주버님이 오셔서 상의 끝에 고향으로 모시고 가기로 하고 서둘러 내려 갔습니 다. 결국 다음날 그 분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2년 6개월이나 항상 옆에 붙어 살았지만 유언 한마디 못하시고 그 이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과 굳게 약속하였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겠노라고. 그리고 두아들을 꼭 훌륭히 키우겠노라고 수없이 약속하였습니다.

그 이가 쓰러지신지 3년, 돌아가신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이 한순간에 지 나간 것만 같습니다. 다섯살과 아홉살된 두 아들을 길러야할 가장이기에 슬퍼하고만 앉아 있을 수 는 없었습니다. 막내때문에 집을 하루종일 비울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수원 어머니복지회에 가입 하여 파출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만큼은 꼭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저의 큰 목표이기에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를 하루빨리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홈패션 강좌 에도 열심히 나가서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뒤 3개월마다 지급되는 유족연금 23만원은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활비로 충족되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기초식량을 구입하고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내고 있습니 다. 유족연금을 그 분이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으로 생각하고 이를 쓸 때마다 굳게 살 기로 마음을 다져먹곤 합니다.

국민연금은 암울한 절망의 늪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던 우리 가정을 붙잡아주고 살아갈 길을 인도해 준, 어둠 속에서 피어난 소중한 등불입니다. 혹시라도 국민연금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하루 빨리 수혜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이 글을 빌어 그 동안 우리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국 민연금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