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4회 장려상)나의 꿈나무를 위한 힘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3/08/20

조회수

2086

내용

제4회 장려상
나의 꿈나무를 위한 힘

김 행 선 / 경남 진주시 봉곡동

창 밖으로 눈부신 햇살과 높고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에서 언제나 환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없는 미소를 통해 힘을 얻고 그 빛으로 내 삶의 길을 밝힙니다. 그는 내 기쁨과 슬픔을 헤아려주고 아이와 나의 미래까지 걱정해줍니다. 그리고 내가 어렵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마다 내 가까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렇게 늘 나를 지켜보고 마음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아! 당신. 빈이 아빠! 말 한마디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마지막 이별이 엊그제 같습니다. 억수같이 비가 퍼붓던 토요일 오후 주말부부였던 우리는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사랑하는 아이, 다정한 당신이 곁에 있음으로 인해 무척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인가 "꽝"하는 소리와 함께 울산을 향해 달리던 우리 차가 나뒹굴고 말았지요.

그날, 그 행복했던 순간에 하필이면 그런 사고를 당해야 했을까요. 마주 오던 음주 운전 차량이 빗 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우리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하였고 우리 가족은 모두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차 속에서 피를 흘리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온 모양이었습니다.

한 달이 흐른 뒤에 제가 의식을 회복하였을 땐 이미 당신의 작은 흔적마저 주변에서 정리해버린 뒤였습니다. 우리의 아이만이 침대에 누워 삶과의 숨가쁜 고투를 벌이며 남겨져 있었습니다. 나날이 깊어 가는 육체의 고통과 시름하며 힘든 수술을 받는 것보다 더욱 저를 괴롭힌 것은 당신의 텅 빈자리였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온 얼굴이 엉망으로 뭉개져버린 아이를 볼 때마다 온몸으로라도 아이를 사고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엄마로서의 자책감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와 아이의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리고 저의 망가진 육체까지. 저는 제가 살아야하는 이유와 삶의 의욕마저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따사로운 날 병원 뜨락에서 반쪽이 허물어진 얼굴 가득 햇살을 받으며 놀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살아 있는 천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어린 천사가 곱게 자랄 수 있도록 제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의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또 이 세상은 그래도 살아봄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도 되었습니다. 국민연금 관리공단과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국가에서 당신이 근무하던 회사를 통해 당신의 이름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두었던 것이지요.

국민연금의 여러 혜택 중의 '유족연금'이란 것이 바로 남겨진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도움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힘을 얻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직장인이지만 국민연금과는 약간 종류가 다른 공무원연금을 가입해 있었고 한번도 연금이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가지거나 생각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고마움이 더 컸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발행되는 책이 눈에 띄어도 예사로 보아 넘기기만 했지요. 그러나 사고이후 뒤따라 왔던 길고도 힘들었던 병원생활과 병원비 부담, 사고 차량이 무보험 차량이었던 까닭에 어디에서고 치료비 한푼 보상받을 수 없었던 교통사고 처리문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역경에 처해있었던 저에게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 모릅니다.

개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에서부터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복지를 위하여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게 만들어 더불어 잘살게 만드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큰 역할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는 조그마한 도움도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 마련입니다. 유족연금뿐만 아니라 노후생활 등 다양한 혜택으로 국민의 든든한 반려자가 되는 국민연금이 저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격려가 되고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이제 저는 누구보다 국민연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예전의 저처럼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고 싶답니다.

빈이 아빠!
당신의 무언의 격려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도움이 있기에 저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가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여 아빠의 몫까지 잘 살 수 있도록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말 한마디 남길 수 없었던 당신이었지만 국민연금을 당신이 하늘나라에서 보내주는 격려와 사랑이라 여기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당신이 가장 기뻐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저로서는 이 소중한 연금이 아이의 교육에 투자될 때 그 가치가 가장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빈이는 당신이 남기신 연금으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유치원 가방을 메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외치며 재롱을 피우는 빈이의 모습에서 저는 가슴 벅찬 행복을 경험하곤 합니다.

빈이 아빠! 무럭무럭 자라나는 당신과 나의 꿈나무인 우리의 빈이가 먼 훗날 큰 거목으로 이 세상에 우뚝 서게 될 것을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늘 나에게 보내곤 했던 장미꽃 한 아름을 가슴에 안고 아이의 손을 잡고 당신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찾아 갈 때면 이제 겨우 다섯 살 빈이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 꽃을 앞에 놓고 "아빠 빈이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유치원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배운 노래를 큰 소리로 불러보기도 하며 아빠의 주위를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 곁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예전에 당신이 바랬던 빈이의 장래모습에 대해 그리고 아빠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답니다.

그리고 당신이 잠들어 있는 산을 내려오며 저는 빈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앞으로 빈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긴 세월을 밝고 힘차게 살아가리라 마음을 다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우리들의 미래를 예전처럼 지켜봐 주실거죠.

끝으로 저에게 삶에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고 미래의 꿈나무로 우리의 빈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던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예측할 수 없는 사고와 위험 국민들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온 국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